Page 96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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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놓았다 할 때
무슨 오랑캐의 수염은 붉다느니 붉은 수염은 오랑캐라느니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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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손을 잘못 놀려 칼날을 상한 적이 없으니
눈썹을 치켜들고 눈을 깜박거릴 필요가 없네
광채가 일신하여
티끌 하나 없으니
머리 위에서 칠보관을 찾지 말고
정수리 뒤에 만리 뻗치는 빛을 보아라
좋은 벗 한 자리에 모이니
칠일은 좋은 날
법당 앞에는 가지 말아라
그곳엔 뽑을 잡초가 없으니
대지당(大智堂)에 모여 운력을 하여라
그곳엔 사람이 있으니.
垢汚蓬首 笑誌公墮聲聞之鄕
特地洗頭 嗟菴主入雪峯之彀
爲當時之遊戱 屬後世之品量
誰知透石門之關 別有棄繻手段
飮泐潭水 總是突霧爪牙
更不效從前來兩家 直要用頂寧頁上一著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도다”라고 하였다.
*외국인의 수염이 붉은 데서 유래한 말로 “오랑캐 수염이 붉다 하더니 정말 붉구
나”하는 의미.‘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뜻을 가진 ‘侯白侯黑’과 같은 용례
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