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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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사(楚安寺)에 주지로 있을 때 걸식 떠나는 승려를 보내면
서 송을 지었다.
초안사에 머무른 후 뼛속에 스며드는 가난
샅샅이 찾아봐도 아무런 물건 없네
시주 길 떠나가는 그대를 붙잡지 못하니
곧바로 깊은 용굴로 들어가
검은 용의 턱 밑 여의주를 훔쳐내어
마음대로 쓰면서 신출귀몰하였다가
이 산에 돌아와 이 늙은이에게 보여주어
나를 편안히 앉아 있도록 하여 다오.
自住楚安窮徹骨 搜羅淨盡都無物
令僧未免登檀門 直須深入蒼龍窟
拏取驪龍頷下珠 任運卷舒頻出沒
歸來呈似住山翁 令我安居坐兀兀
각 화엄(覺華嚴)은 그가 바른 안목을 가지고서도 거친 땅 작은
사찰에 머무른다고 생각하였다.그리하여 세인의 여론이 없음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그의 소전(小傳)을 지어 찬하였는데,대략 다음
과 같다.
그가 깨달은 경지는 마치 활 잘 쏘는 사람이 쏘는 족족 과녘
을 맞추듯 정확했고,그가 상황에 응하는 것은 마치 옥을 차고
서서히 큰길을 걸을 때 그의 행동거지가 모두 법이 되는 것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