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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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경(御註 圓覺經)을 경산사의 전법승(傳法僧)보인(寶印)에게 하
            사하니 보인스님은 표를 올려 사은(謝恩)하고 송을 지어 바쳤다.



                 옛 부처님과 오늘의 부처님
                 모두 똑같은 장광설로
                 길 없는 가운데
                 중생을 위해 길을 열어 주시니
                 산봉우리 구름을 헤치고

                 창공에 솟아오른 달같이
                 널리 온 누리 사람을
                 말 한마디에 모두 깨치게 했네

                 깨달음에는 ‘원(圓)’이라 할 것도 없고
                 ‘환(幻)’또한 사라질 것이 없어
                 이글거리는 화롯불 위에 한 점 눈처럼

                 ‘무(無)’마저도 없으니
                 머리 조아리는 모든 부처와 부처들이
                 글자마다 다른 말이 없어라.

                 古佛與今佛 同一廣長舌
                 於無途轍中 爲物啓途轍
                 撥開千嶂雲 放出一天月

                 普令大地人 言下悉照徹

                 覺亦無可圓 幻亦無可滅
                 只此無亦無 紅爐一點雪
                 稽首佛與佛 字字無異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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