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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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皖山)산곡사(山谷寺)에서 은둔하였다가 백운(白雲)해회사(海會
寺)의 주지로 세상에 나왔는데 ‘백운관(白雲關)’이라는 게송이 있다.
백운관은 드넓게 법계를 감싸서
걸림 없이 성인과 범부를 넘나드는데
부질없이 붙들어 놓고 유래를 물어보니
이 일이 분명한데도 알지 못하네.
白雲關廣藏法界 入聖出凡無罣礙
等閒把住問來由 底事分明却不會
또한 그는 스스로 죽령수(竹靈叟)라는 호를 짓고 송을 읊었다.
백운산 죽령수는
사납기가 자호산의 개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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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이 생각하려 들면
당장 한입에 물어뜯고
또다시 창자까지 끄집어내려 하니
성인이나 범인이 모두 놀라 달아나네
잠깐잠깐 머무적거리다가 기회를 타서
여인의 속곳을 벗겨 버린다.
白雲竹靈叟 獰似子湖狗
*자호산(子湖山)이종(利蹤)선사는 산문에 ‘개조심!’이라는 패를 걸고 학인을 지도
하였는데 하루는 상당하여 대중법문을 하였다.
“내게는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위로는 사람의 머리를 물고 가운데로는 심장을 물
고 아래로는 사람의 발을 문다.머뭇거렸다가는 목숨이 날아간다.”한 스님이 있
다가,무엇이 스님의 개냐고 묻자 스님은 왕!왕!하고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