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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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63
오시가 지나니 풀을 죽이는 무더위도다
푸른 겨자는 벌레가 뜯어먹고 가을 가지는 가뭄에 메말랐으니
이제 바리때 버려야 할 참이라
무만이라도 잘 커 줬으면…….
新菴小谿上 英俊頗浩浩
從渠作佛祖 任渠會禪道
荷鋤向東園 事蔬誓畢老
乘月始抱瓮 破午正殺草
芥藍被蟲食 秋茄亦旱槁
齋盂從此去 但願蔓菁好
사대부들이 소계암에 놀러와 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면 대혜
선사는 으레,이 암자에도 채소 가꾸는 중 하나가 시를 잘한다고
하였다.그러나 신선사는 논변에 더욱 뛰어나 그의 말을 조금만
들어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그 후로 대혜선사를 모시고
경산사에 갔다가 한동안 형양(衡陽)에서 지냈으며 이어 형악(衡嶽)
에서 방랑하며 가장 오랫동안 도오사(道吾寺)에 머물렀다.나무를
깎아 절 서쪽 구석에 비바람을 가릴 암자를 짓고 이를 ‘판암(版
菴)’이라 이름을 붙이고 선(禪)을 즐기며 스스로를 다스렸다.우호
(于湖)거사 장공(張公)이 담주(潭州)태수가 되었을 때 신선사의 높
은 풍모를 듣고 굳이 상서(湘西)땅 녹원사(鹿苑寺)의 주지를 맡아
세상에 나오도록 권하며 시를 보냈다.
시구 뭉치를 몸에 지닌 지도 어언 4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