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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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속에 죽비화두를 참구했네
이젠 상서사에 여생을 보내며
하늘에 부딪치는 상강의 물소리를 누워 들으소서
시구에 눈 있으니 비로소 깨침을 알고
깨달은 곳에 도리어 뼈아픈 송곳을 찔렸네
하나의 심신에 두 개의 작용 없으니
조과선사 실오라기를 뽑아 들고 불어 보였네.* 12)
詩卷隨身四十年 忙中參得竹篦禪
而今投老湘西寺 臥看湘江水拍天
句中有眼悟方知 悟處還應痛著錐
一箇身心無兩用 鳥窠拈起布毛吹
신선사가 화답시를 보냈는데 지금은 한 수만을 기록한다.
죽비 화두는 당시에 뛰어난 화두라
당장에 사사로움이 없어진다 해도 선(禪)이 아니다
이미 장원의 참 면목을 만나고 보니
감히 가라앉은 물을 들어 인천에 뿌리노라.
竹篦子話選當年 直下無私不是禪
旣遇狀元眞眼目 敢拈沈水向人天
*조과 도림선사의 시자 회통(會通)이 하루는 갑자기 하직을 고했다.도림선사가 어
디로 가느냐고 묻자 회통이 대답했다.“저는 불법을 배우려고 출가했는데 스님께
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시지 않으니 제방을 다니면서 불법을 배워 볼까 합니다.”
“ 불법이라면 내게도 얼마쯤은 있지.”“무엇이 스님의 불법입니까?”도림선사는 실
오라기를 하나 뽑아서 훅 불어 보였고 시자는 깊은 뜻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