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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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65
그가 평소에 지은 작품을 남창원부집(南昌園夫集)이라 했는
데 시랑(侍郞)호명중(胡明仲)이 이를 기파집(奇葩集)으로 바꾸고
앞머리에 서(序)를 붙였다.
17.베옷만 입던 옥천 호(玉泉皓)선사의 탑명/무진(無盡)거사
무진거사 장상영이 옥천 호(玉泉皓)선사의 탑에 비문을 지었는
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가 부엌에 들어가 저녁 상 차리는 것을 보고는 그것이 손님
상인지 대중상인지를 물었다.주방승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스님
은 소임자를 불러다가 몽둥이로 때리면서 다그쳤다.‘내가 예전
에 참선할 때는 사람들을 위해 물도 긷고 쌀도 찧곤 했다.그런
데 지금은 밥을 짓거나 국수를 삶거나 하는 일이 불보살을 공양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구나.배불리 먹고 도무지 참구에는 마음을
두지 않으며 온갖 망상과 다섯 가지 음식 맛을 즐겨 당나귀 창
자,자라 생피,양 뼈다귀,자라 꼬리를 빌려 8만 4천 마리의 벌
레를 기르는구나.눈을 뜨면 보이는 경계에 끄달리고 눈감으면
꿈을 따라 굴러다닌다.주록(注祿)판관*이나 납잉(拉剩)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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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하는 대로 차자(箚子)를 초록해서 녹부(祿簿)를 없애 고통
을 주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 후 대중들이 메마른 생활을 견디지 못하여 고을 현감에게,
우리 노스님은 대중을 편안케 하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주록판관(注祿判官):관리의 녹을 공급하는 판관.
*납잉대부(掠剩大夫):남는 식량을 빼앗아 가는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