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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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69
19.반짝반짝한 도인/보령사(保寧寺)기도자(璣道者)
보령(保寧)기(璣)도인은 천품이 섬세하고 부지런하였으며 얘기
를 재미있게 하였으므로 대혜 노스님은 그를 반짝반짝한 도인[惺
惺道者]이라 하였다.당시 강동(江東)조운사가 위세로 여러 선사
에게 군림하고 있었다.그가 기도인과 함께,강물을 건너가는 나
한의 그림을 구경하다가 나한이 너무 늙어서 강물을 건너갈 수
없을 것이라 하면서 기도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강을 건널 수 없겠지요?”
“ 눈감고도 건너지요.”
조운사는 얼굴을 펴고 활짝 웃음을 지었다.이윽고 많은 선사
가 보령 보공암(寶公菴)에 모두 모였는데 한 사람이 제안하였다.
“이곳의 이름이 보공암인데 어찌하여 보공(寶公)이 없소?그러
나 차례로 한마디씩 하여 오늘 이 훌륭한 모임을 즐겁게 합시다.”
기도인이 ‘나이가 적은 자로부터 위로 올라오면서 말하게 하
자’고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의 나이가 가장 많았다.기도인의
차례가 되어 어떤 사람이 ‘노화상께서 말씀하실 차례입니다’하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많은 선사를 돌아보며 ‘방장실로
가서 차나 한 잔 합시다’하니,사람마다 모두 크게 웃었다.
기도인은 스님이 찾아오면 언제나 요즘 어느 곳에서 왔으며 어
디에서 여름 결제를 하였는가를 물었다.그들이 공손히 대답하기
를 기다렸다가는 다시 사람사람이 저마다 태어난 인연이 있는데
무엇이 그대의 생연(生緣)이냐고 물었다.당시 적음(寂音)선사가
기도자(璣道者)에게 다시 가르침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