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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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에 부처님이 나가시면 범천왕은 앞에서 인도하고 제석이
            뒤따른다고 나와 있습니다.”

               공이 마침내 무릎을 치며 훌륭한 말씀이라고 감탄하였다.그
            후 소흥(紹興)9년(1139)가을에 윤시강(尹侍講)이 경산사로 대혜스
            님을 방문하여 밤에 이야기를 하던 중 이 문제를 언급하자 그도

            재삼 수긍하였다.




               25.장준(張浚:魏公)을 문안하러 가는 길에/겸수좌(謙首座)



               지난날 대혜선사가 경산사에 주지로 있을 때 겸(謙)수좌를 영
            릉(零陵)으로 보내 장위공(張魏公)에게 문안을 드리게 하였는데 당
            시 죽원암주(竹原菴主)종원(宗元)이라는 자가 동행하였다.그는

            겸수좌와 교분이 매우 두터웠는데,그보다 도를 앞서 깨달았기에
            겸수좌가 종원스님에게 말하였다.

               “평생 동안 참선을 했고 많은 선지식들도 만나 보았으나 깨닫
            지 못하고 지금도 분주하게 돌아다니기만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
            는가?”

               종원스님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길을 갈 수 없으면 참선도 할 수 없다.평소에 공부한 것,깨

            달은 일,그리고 장령(長靈)․원오(圜悟)․불일(佛日),이 세 분 노
            스님이 너를 위해 설법한 것들을 모두 생각하지 말라.내가 이제
            너와 같이 가는 도중에 너를 대신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대신하겠지만 대신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일은 네 스스로 해야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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