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185
운와기담 下 185
동자는 천자의 물음에 얼굴 바로 쳐다보고
노스님의 마음은 조사와 짝하였네
내 어정거리며 높은 자취 생각하니
깊은 골에 구름 덮인 초나라 가을일세.
菴額初頒挂樹頭 樹摧菴朽幾經脩
石盆不減數升水 野菜時添一筋油
童子面承天子問 老師心與祖師儔
我來蹭蹬思高躅 萬壑雲橫楚甸秋
스님이 불수암(佛手巖)에 은거할 때 당시 태평관(太平觀)을 감
독하던 홍간의(洪諫議)가 쌀을 시주하고 소(疏)를 지었다.
“태평관의 관리 홍추(洪芻)는 삼가 공양미를 희사,불수암 개연
(介然)선사에게 올리나이다.불수암 불이대(不二臺)는 여산의 최
고가는 경치인데 행인(行因)선사가 떠나신 후 주인이 누구인지
듣지 못했습니다.그런데 선사께서 이곳에 오셔서 걸망을 풀고
머무르신 후 그림자가 산 밖을 나가지 않은 지 오래이고 자리에
눕지 않는 때도 있었습니다.거사들은 이 소문을 듣고 즐거워했
고 속세 사람들은 높은 기상을 바라보며 물러서기도 하였습니다.
방안에는 먼지가 일어나는 쌀독이 있고 부뚜막 치워 주는 사람
조차 없으며 양식이라고는 애당초 설익은 풋콩도 없으니 누가
다섯 말의 밥을 차려 놓겠습니까?저는 이제 하루 한 끼의 식량
을 공양코자 한 달에 쌀 세 말을 보내오니,그 양이 도연명(陶淵
明)의 녹보다도 적지만 서왕모(西王母)의 천도(天桃)를 찾아 헤매
는 동방삭(東方朔)보다야 많습니다.반드시 하늘무리가 마련한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