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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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81
다.”
“ 다섯 가지 일이란 무엇인가?”
“ 옷 입는 일,밥 먹는 일,똥누는 일,오줌싸는 일,시체를 싣고
길 가는 일이다.”
겸수좌가 길을 반절도 못 가서 갑자기 깨달으니 종원스님이 축
하 말을 하였다.
“오늘 큰 일을 깨쳤으니 기쁘다.나는 이미 청하공(淸河公:장
위공)을 뵈었으니 그대 혼자 가시오.나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리
다.”
장위공은 일찍이 겸수좌가 깨달았음을 알고 그의 암자를 ‘자신
암(自信菴)’이라 이름하고 암자에 대한 기록을 써 주었다.
“내 호상(湖相)에 갔을 때 불일선사가 겸수좌를 보내 왔는데
무림(武林)을 출발하여 형양(衡陽)까지의 험준한 3천여 리 길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오다가 도중에서 기연이 맞아 진리를 깨
쳤다.그를 한번 만나 보니 기쁨이 넘치는 얼굴엔 가슴 답답한
병이 없는 듯하였다.”
이어 종원스님에게 서신을 보냈다.
“내 영릉 땅에서 외롭게 살고 있을 때 경산 불일(대혜)선사가
겸수좌를 보내 안부를 물어 왔습니다.종원스님은 불일선사가 회
중에서 죽비(竹篦)화두를 들어주었을 때 마음에 먼저 깨친 바가
있었습니다.스님이 의연히 겸스님과 함께 오다가 무주(撫州)와
신주(信州)사이에 이르러 겸스님도 인연이 맞아 이제껏 공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