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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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89


                 “큰 도는 아무 하는 일 없어도 만물이 두루 보응을 얻고 성인
               이 계심에 백성이 제각기 삶을 완성한다고 저는 들었습니다.하
               물며 황제의 덕이 밝고 넉넉한 이때를 맞아 안락한 생활을 누리
               게 되었기에 송구한 마음으로 간절히 허락해 주시기를 바랄 뿐
               입니다.신(臣)회련(懷璉)은 (中略)엎드려 생각건대 근년에 이르

               러 선제(先帝)를 만나게 되어 외람되이 소융사(紹隆寺)조사의 자
               리에 있었으며 더욱 황제의 비호와 은택을 입어 오랜 세월을 지
               내 왔습니다.그러나 산사를 잊지 못하고 여러 차례 물러나고자
               하였으나 허락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 폐하가 왕위를 이으신 때를 맞아 온 나라 백성이 순종하
               는 날이 왔기에 불사를 베풀어 위로 왕의 어짊에 보답하고자 하
               나 늙은 나이에 몸에 묵은 병은 더욱 악화되었으니 어찌하겠습
               니까.작년부터 많은 업무를 버리고 임시로 절에 머물렀는데 폐

               하께서 특별히 사신을 보내 본원(本院)에 돌려보내시고 또한 조
               서(詔書)를 전달하시어 잠시 서울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스스로
               생각하옵기에 쓸모 없는 몸으로 분에 넘치는 예우를 받았사오니
               이는 천지에 소생케 하는 덕이 있어 수풀이 거듭 우거지는 듯한
               감사의 마음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스럽고 인자하신 폐하께서 비 같고 이슬

               같은 은덕을 내려 해와 달 같은 빛을 고루 비춰 주소서.그리하
               여 아래로 어리석은 저의 생각에 따라 노둔한 이 사람에게 산림
               으로 돌아가고파 하는 염원을 이루게 하소서.그러나 보잘것없는
               제가 이 뜻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참으로 옛 물을 바꿔 마실 생
               각은 없으니 고달픈 말이 더욱 울어댐은 옛집을 그리는 생각 때
               문입니다.맹세하옵건대 정성으로 향불 피우고 경전을 독송하면
               서 다시 살려 주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폐하의 궁정을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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