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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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99


               사가 주지를 그만두고 그날로 걸망을 메고 왔다.


               그러나 혜남선사의 서간집(書尺集)가운데는 원선사에게 보낸
             답서가 있다.



                 오강 성수사 장로에게 편지를 띄우노라.지난 해 영(永)스님이
               이절(二浙)에서 금불상을 맞아 왔고 편지 한 통을 받았다.그로
               인해 그대 생각이 났다.그대는 황벽사를 떠난 지 10여 년을 지
               팡이 하나로 이리저리 흘러 다니며 외로운 자취를 아직도 정착
               하지 못했으니,비록 흰 것을 알고서도 검은 것을 지킨다는 옛말

               이 있기는 하나 과실이 익으면 스스로 향기가 풍겨 남을 또 어
               찌하랴?인연이 오강(吳江)에 있으니 시대의 부름에 응하여 산을
               나서라.마땅히 성현의 규범을 따라 말씀과 같이 행동할 것이며
               용렬한 무리를 흉내내어 당돌하게 함부로 지껄여대서는 안 된다.
               모든 주지 업무는 반드시 신중히 해야 하니 이에 관해서는 글로
               다 쓰지 못한다.



               이렇게 자상한 편지를 보건대 어찌 혜남선사가 우연히 원선사
            의 이름을 잊었겠는가?
               원선사는 일찍이 세 수의 게송을 지어 학인들에게 보였다.



                 그대가 서쪽에서 온 뜻[西來意]을 묻는다면
                 옆 사람 뜻은 벌써 분명히 드러났다
                 병들면 차가운 봄기운 싫어하고
                 늙어가니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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