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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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를 논하다가 무진거사가 선사에게 물었다.
               “화엄경   옛 주석에는 제각기 장점이 있습니다.일곱 글자의

            제목(大方廣佛華嚴經)에 대해서는 청량(淸凉)대사가 그 묘한 이치
            를 가장 잘 터득했고,초발심에서 정각을 이룬다는 부분은 이장자
            (李通玄長者)가 가장 명쾌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그러나

            부처님의 지혜는 무궁무진하여 참으로 문자와 개념으로는 다 설
            명할 수 없는 것이라서 임제선사는 귀뺨을 후려쳤던 것입니다.이
            세 사람의 공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으니 한번 말해 보십시

            오.”
               은선사가 대답하였다.
               “청량대사와 이장자,그리고 임제 일종(一宗)의 공안에 대한 분

            석을 듣고 보니 사리가 분명하니 거기에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
            하겠습니까.일대사를 해결하지 못한 가엾은 제가 거사께 한번에

            감파당하고 말았습니다.죄는 중하게 매기지 말아야 하고 지난 일
            은 허물 삼지 말아야 하나 요컨대 그래도 30방(棒)을 때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만일 명령에 따라서 집행한다면 법은 다 집행했으

            나 도리어 백성은 없어지게 됨을 볼 것이며 그렇다고 한 가닥 길
            을 틔워 준다면 알고서도 고의로 잘못을 범할까 두렵습니다.이

            두 길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위에서 거론한 세 분도 이 물
            음엔 대답하기 어려워 아마 삼천 리 밖으로 도망갈 것입니다.이
            에 별지에 나의 뜻을 알려드리오.”

               은선사가 별지를 봉하여 무진거사에게 보내자 무진거사는 봉해
            온 백지 위에 게송 한 수를 써서 은선사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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