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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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는데 생각잖은 손님이 찾아오니 소동파는 관복을 입고 변선
사에게 말하였다.
“속에는 승복을 입고 겉에는 관복을 걸쳤으니 마치 양민을 억
눌러 천민을 만든 꼴입니다.”
“ 외호도 적은 일이 아닙니다.”
“ 말속에 여운이 있군요.”
“ 영산(靈山)의 부촉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소자첨은 ‘소정암명(蘇程菴銘)’을 지었으니 인용한다.
“정공(程公)의 암자는 남화(南華)장로 변선사가 나의 이종 동생
정덕유(程德孺)를 위하여 지은 것이다.내 남쪽으로 옮겨가는 도
중 이곳을 지나게 되어 암자 이름을 소정암(蘇程菴)으로 바꾸고
명을 지었다.
변(辯)선사가 보림(寶林)남쪽에 지은 암자
정공이 취했으나 탐욕에서가 아니라
소씨(蘇氏)가 뒤에 와서 머물렀네
소씨 삼부자가 머무르게 되자
정씨는 이곳을 떠났다
손가락 퉁기는 찰나간에 삼세가 들었으니
내 말한 바와 같이 이런 곳은 없을 것이다
백천 개의 등불이 같은 빛을 내고
한 티끌 속에 두 도량이 생겨
가지런히 함께 설법해도
서로 방해되지 않으니
본디 통하는 일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