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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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서기 정(政)스님의 시
서촉(西蜀)땅 정서기(政書記)는 백장산에 매우 오래 있으면서
내외 경전에 통달하지 못한 책이 없었다.시와 가사에 있어서는
아름답고 화려하진 않지만 덕스러운 구절이 많았다.규(珪)선사와
는 일찍이 교류한 터라 한번은 시를 지어 그에게 보냈다.
어릴 때 시율은 봄비와 같아
만물을 적셔 주어 아름다움 많았고
때때로 다시 한 편 새 뜻이 나오면
비단자락이 베틀을 나오는 듯하였네
문장 알아 애써 다듬으면
가식만 날로 늘어 심장을 덮더니만
미련 없이 뒤집어 마음 씻고 큰 도를 도모하여
만법과 짝하지 않는 초연한 몸이 되었네
거륜봉(車輪峰)아래에서 나와 노닐며
하얀 비단자락 가을 강기슭에 씻어
물들이자 찬연히 순색이 나와
자줏빛과 함께하지 않도다
선재동자[妙高],덕운(德雲)비구 만날 길 없더니
꿈속에서 누각 문이 열리자
분명하여 심장을 가린 것 없어
번거롭게 다듬지 않고서도 교묘한 문장을 얻었다네
귀양 온 시선(詩仙)이태백도 한 티끌 속에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