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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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매섭고 큰 수단이 아니고서는 쉽사리 그러지 못할 것입니
            다.그래서 한번은 깊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게송에다 제 마

            음을 실어 보았습니다.


                 경산은 우뚝 솟아 구름 위에 드높은데
                 높은 정상 홀로 숨어 세사를 잊었구려
                 검은 뱀(죽비)손에 쥐고 주지를 도와
                 인천(人天)에다 독기를 품어대는구나.

                 徑山突兀上雲煙 高遁山顚絶世緣
                 握以黑蛇分半座 却將毒氣噴人天


               실로 조실스님께서 거듭 당부한 뜻이 여기에 있을 것이니 존경
            하고 존경하옵니다.이제 동짓달이라 차가운 날씨가 매섭지만 형

            은 앉으나 누우나 날마다 천룡이 공경하는 복을 누릴 터이니,그
            즐거움 가없겠습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저는 박한 운명과 하
            찮은 재주로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여 총림의 도반들을 뒤따라가

            기도 어려웠습니다.천품과 분수를 따를 수밖에 없어 건도(乾道)
            신묘(1171)년에 거친 산중에다 토굴을 마련했지만 너무나 춥고 쓸

            쓸하여 노병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그 후 순희(淳熙)무술(1178)
            년 겨울,문도를 거느리고 감산소사(感山小寺)로 옮겨와 살고 있습
            니다.

               사원의 세전지(稅錢地)는 31개소에 이르기는 하나 모두 일정한
            살림살이가 되지 못하고 부서진 가옥 몇 칸이 있기는 하나 마치

            낙양 땅 옥천자(玉川子)의 낡은 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그러다
            가 도반들이 어려운 생계와 후하지 못한 공양을 마음 아파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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