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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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암주서 239


                 자욱한 먼지 한번 씻기니 널따란 하늘이어라
                 수많은 산,두 줄기 강물이 손바닥에 있도다
                 세상 안팎의 일 모두 분명히 깨달아
                 당장에 주인공을 어둡게 하지 않네.
                 氛埃一掃蕩然空 百二山河在掌中

                 世出世間俱了了 當陽不昧主人公


            라고 씌어 있습니다.이런 게송이라면 전문을 수록해야 함에도 불
            구하고 기록하지 않았습니다.또한 연보  끝에 노스님의 법어 가
            운데 ‘배고픈 사람에게서 밥을 빼앗고 밭가는 농부에게서 소를 몰

            아 간다[奪尊驅耕]’는 말과 ‘다리를 끊어 놓고 길을 막아 버린다
            [斷橋塞路]’는 말씀은 아마 장난 삼아 한 성싶다’고 하였는데,이

            말을 장난 삼아 했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허튼 말은 바른 말을
            해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선배스님들은 ‘배고픈 자에
            게서 밥을 빼앗고 밭가는 농부에게서 소를 몰아 가는 매서운 수

            단,바로 여기서 종사(宗師)의 면모를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은 창고를 기울여 털고 귀걸이

            와 비녀를 잃으면서도[墮珥遺簪]오직 노스님의 뜻을 거슬릴까봐
            걱정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이 말은 곧 인정으로 노스님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지 지극한 불교의 도리에 귀의하고자 노스님

            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귀걸이와 비녀를 잃었다는 말
            은 물건의 유실을 말함이지 한퇴지(韓退之)가 말한 바 ‘월(越)나라
            의 장사치,오랑캐[胡]의 장사치까지도 입었던 옷가지들을 모두

            벗어 바쳤다’는 뜻과는 다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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