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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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 중간 부분의 탑명(塔銘)을 살펴보니 정전 속전(正傳續
傳)을 상고한 글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여러 편의 글들은 노스님
께서 시자에게 일러주신 말들에 의거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말은
애당초 정설이 아니므로 여기에 수록할 만한 게 못 됩니다.그것
을 어떻게 고찰이라 하겠습니까?속담에,‘오가는 얘기들은 근거
가 없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또 연보 의 발문에서는 ‘정전과 속전에 실려 있지 않은 것을
모아 연보를 만들었다’고 하였는데 연보 에 기록된 일들을 살펴
보면 모두 정전과 속전에 실려 있는 것들이니 어찌 실려 있지 않
았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흥국군(興國軍)안(安)형이 건염 정강(建炎 政康:1126~1127)
연간에 출정할 때 선봉으로 나갔다가 돌아와 나에게 하는 말이
“노스님은 진태사(秦太師)의 친척의 명으로 법좌에 올라서 설법하
시기를 ‘나는 17년 동안이나 진태사의 관할에 편입되어 그의 속박
을 받았으나 한번도 그를 원망해 본 적이 없었다.실상은 전생에
이미 정해진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하시고,드디어 동산사(東山
寺)수업원(受業院)에서 숭령(崇寧)갑신년(1104)에 불상을 만들었
는데 ‘불상에 재난이 있으면 사람이 찾아와 출가하게 되고 불상이
훼손되면 그 사람에게 재난이 있게 될 것이다’는 정생(丁生)이란
기인의 말을 인용하여,‘나의 평생 일과 견주어 보니 그 시일이
차이가 없다.어찌 전생에 이미 정해진 인연이 아니겠느냐?’고 하
셨다.이 말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그의 달관에 탄복하지 않는 자
가 없었다”고 하였는데 정전과 속전의 맨 앞에 이 이야기를 실었
으나 연보 에서는 도리어 ‘정(定)상좌를 위한 설법’이었다고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