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5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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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암주서 245


               이곳에서 일을 끝마치겠다’하고 편안히 서거하셨다.


               당시 영원(靈源)선사가 소묵당(昭黙堂)에 계시다가 사심(死心)선
            사의 영전에 게송을 고하였는데 그 게송과 서문은 다음과 같습니

            다.


                 엎드려 생각하니 13일에 저의 방을 찾아오셔서 차를 달이고
               음식을 갖추어 놓고 이야기했던 일 몹시 기뻤습니다.또 어제 서

               주(舒州)조청대부(朝請大夫)서사천(徐師川)의 감로진승(甘露眞乘)
               에 대한 물음의 답서를 거론해 주시니 평소와는 달리 그 말씀이
               자상하여 빈틈없고 부드러웠습니다.또 오늘 아침에 은정(隱靜)의
               조인(祖印)선사에게 회답한 편지를 내보이시며 ‘그가 이미 부도
               를 만들었다고 하니 피차 늙은이로서 앞으로는 편지를 보내 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식사를 끝마치고 조용히 이야기하다

               가 가셨는데 이튿날 저물녘에 기별을 보내니 화상은 이른 새벽
               에 장원(莊園)을 나가 재를 마친 후에 몸이 편찮은 듯하니 오늘
               저녁 돌아오시지 못할까 두렵다고 하였는데 15일 아침 일찍이
               돌아가셨다 합니다.
                 저는 병든 몸을 무릅쓰고 방장실에 올라와 보니 담담히 가부
               좌하신 모습이 평상시와 같고 몸도 따뜻하였으나 다만 묻는 말
               에 다시는 대답이 없을 뿐이었습니다.그러나 이 대답 없음도 잔
               소리인 줄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귀가 없이도 말을 들을 수

               있으리만큼 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야 어찌하겠습니까?따라서
               게송을 지어 영전에 고하옵니다.아!자비로우신 음성과 안색은
               아직도 저를 위하여 거듭 꾸지람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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