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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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동안 화주를 구한 나머지 좋은 목수를 부르고 아름다운 재목
               을 모아 경덕(景德)3년(1006)에 비로소 준공을 보게 되니 규모
               는 5칸 11가(架)이다.금년 봄 그곳의 학인 혜과(慧果)스님이 주
               장자를 끌고 서울로 나를 찾아와 승당기를 청하며 이를 돌에 새

               기고자 한다기에 기문을 쓰는 바이다.


                 불법이 널리 퍼져 달마선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뒤로 신심을
               지닌 자는 근본을 깨닫고자 광야에 흩어져 살면서 초목으로 한
               몸을 덮고 살았으니 옷은 추위를 막지 못하고 밥은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했다.정법이 점차 얇아져 사람은 게을러지고 법은 바
               뀌어 가자 백장(百丈)선사가 집을 지어 노인과 환자에게 안락처
               를 주었다.그 뒤로 선찰(禪刹)에서는 앞을 다투어 크고 웅장한
               집을 짓게 되었고 급기야는 젊은 초학들이 마음대로 그곳에 누

               워지내면서 뼈아픈 고생을 겪은 화주와 죄를 참회하고 복을 맞
               이하려는 시주자를 전혀 모르니 인과(因果)에 밝은 자라면 뜨거
               운 무쇠 침상에 누운 듯,원수를 만난 듯 여기리라.스스로 조석
               으로 은밀하게 부처종자[聖胎]를 키워 나가거나 그 다음으로 선
               지식을 가까이하며 뜻을 세워 해탈을 추구하려는 자가 아니고서
               는 어떻게 잠시라도 몸을 의탁하며 용신의 수호를 받을 수 있겠

               는가?때로는 마음이 명리(名利)속에 더욱 잠기고 몸은 따뜻하
               고 편안한 것만을 취하며 무명(無明)을 살피지 못하고 목숨을
               단축시키는 줄 모르면서 단지 몇 마디 말만 기억하여 스스로 구
               경(究竟)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좋은 과보가 다하면 점

               점 시들어 가 악도에 떨어지고 만다.이 어찌 대장부의 모진 부
               동심(不動心)을 얻었다 할 수 있겠는가?
                 수영스님은 봉상현(鳳翔縣)괵읍(虢邑)에서 태어났으며 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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