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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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41
11.도사 건익지(蹇翊之)를 보내며/무진거사(無盡居士)
무진거사(無盡居士)장승상(張丞相)은 평소 여산 동림사(東林寺)
의 조각 총(照覺常總)선사와 방외(方外)의 벗이었다.원풍(元豊)신
유(1081)가을 도사(道士)건공진(蹇拱辰:字는 翊之)에게 소개서를
써 주며 상총선사를 찾아보도록 권유하였다.
성도(成都)의 도사 건익지(蹇翊之)가 나를 찾아와 말하였습니
다.
‘우리 고향은 도교를 믿는 씨족으로,대대로 혼인을 하여 아
내를 맞이하고 자식을 낳아 일반 속인들과 다를 바 없지만 나
(拱辰)는 도장(道藏)의 신선에 대한 전기를 읽고 나서 깨달은 바
있었습니다.
내 혈기가 강하고 이목이 밝을 때에는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나의 귀에 듣기 좋고 청황적백이 나의 눈을 현혹하고,달고 부
드럽고 기름진 음식이 나의 입에 상쾌하고,좋은 향기는 나의
코에 맞고,매끄럽고 부드러운 의복은 나의 몸에 편하고,기쁘고
즐겁고 질탕한 놀이는 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이 여섯 도적
은 나의 어지러운 정신을 틈타 밤낮으로 나와 가까이하며 한번
도 나와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
모습은 여위고 기력은 쇠퇴했으며 정력이 소모되고 정신이 시들
해졌습니다.팔풍(八風)과 한서에 시달리고 온갖 악귀에게 우롱
당하며 육체는 땅 속으로 영혼은 하늘로 떠나려 하니,여섯 도
적은 나의 고통을 대신해 주지 않아서 천하의 지독한 괴로움을
나 홀로 겪어야만 합니다.규방의 그리움으로는 부인보다 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