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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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藥山)선사가 땔감을 짊어지고 돌아오는데 한 스님이 ‘어
디에서 오느냐?’고 묻자 약산선사는 ‘땔감을 해온다’고 하였다.
그 스님이 또다시 약산선사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칼을 가리키
며 ‘달그락 달그락 소리나는 그것은 무엇이오?’라고 묻자 약산
선사는 칼을 빼어 들고 나무 자르는 시늉을 했다.
는 부분에 이르러 재선사는 기쁜 마음에 옆에 있던 스님을 한 대
갈겨 주고 주렴을 걷어올리면서 요사채의 문을 박차고 나가며 입
에서 나오는 대로 게송을 읊었다.
깨달았다,깨달았다
큰 바다는 물이 마르고
허공은 깨지는구나!
사방팔방에 나를 가로막는 난간이 없고
삼라만상이 모두 누설하는구나!
徹徹 大海乾枯虛空迸裂
四方八面絶遮闌 萬象森羅齊漏泄
재선사의 태어난 인연은 장계현(長谿縣)이며 남악(南嶽)상봉사
(上封寺)의 주지로 나갔다가 민현으로 돌아와 동산(東山)대승사
(大乘寺)와 복청(福淸)영석사(靈石寺)의 주지를 지낸 후 고산사(鼓
山寺)로 옮겨와 입적하였다.그는 성질이 급했으므로 총림에서는
그에게 ‘재전(才煎:지지고 볶는 성격을 가진 본재스님)’이라는 별명
을 붙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