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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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사람이 없고 혈육의 정으로는 딸보다 더하는 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 속에 가진 것을 모두 그들에게 주고 집을
               떠나오면서 다른 일들을 부탁하였습니다.백 리 밖으로 나와 놀
               다가 마침내 부강(涪江)에 배를 띄워 복수(濮水)를 따라 내려와

               진운(縉雲)을 거쳐서 도산(塗山)으로 나왔으며 잠공(岑公)의 동부
               (洞府)를 방문하고 신녀(神女)의 사관(祠觀)을 보고는 저궁(渚宮)
               에 이르렀습니다.장차 구강(九江)에 배를 띄워 여산으로 들어가
               금수곡(錦綉谷)에 움막을 짓고 향로봉 정상에서 긴 휘파람을 불
               고 도석(陶石)을 어루만지며 상상에 젖어 보고 먼 개울물을 들

               어다가 발을 씻으려고 합니다.나의 도술은 성(性)으로 근본을
               삼고 천명에 의지하여 유작(有作)에서 비롯하여 무위(無爲)로 끝
               나는 것입니다.듣건대 선생은 현묘한 이치를 깨쳤고 마음의 자
               취가 돌아간 곳을 다 탐구하시어 줄 없는 거문고로 곡조를 연주

               하고 철우(鐵牛)의 기연을 타고 다닌다 하기에 천리 길을 멀다
               않고 선생을 찾아왔습니다.마땅히 저를 위하여 말씀을 좀 해주
               십시오.’
                 그래서 내가 말했습니다.‘장합니다,그대의 뜻이여!하기 어려
               운 일을 거뜬히 해내고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렸으니 나는
               그대를 따라갈 수 없소.내가 마침 입에 병이 생겨 그대에게 대

               답을 할 수 없지만 나에게 방외의 벗 상총(常總)선사가 있는데
               동림사에 주석하고 있소.그는 반드시 그대의 의문을 풀어 줄 것
               이니,나의 소개서를 가지고 가서 그에게 물어보도록 하시오.’



               아!무진거사가 건도사에게 도가(道家)의 무리를 찾아가 보라
            하지 않고 동림사로 가라고 한 데에는 깊은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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