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43
운와기담 上 43
12.발우 들고 날마다 탁발하다/경산 명(徑山明)선사
경산사(徑山寺)의 명(明)선사가 소흥(紹興)신유년(1141)에 대혜
(大慧)노스님을 시봉할 때였다.형양(衡陽)을 지나는 길에 날마다
저자거리에서 탁발하여 암자의 대중을 도왔는데 하루 한 거리를
탁발하는 것으로 규칙을 삼았다.그가 계해년(1143)가을,그곳을
떠나 절서(浙西)지방을 탁발하고 이듬해 정월 보름날 돌아오겠다
고 기약하자 대혜선사가 게송을 지어 전송하였다.
장난꾸러기 명(明)선사는
맹랑하기 짝이 없네
현중현(玄中玄)을 알아서
주중주(主中主)가 되었네
맨발로 긴 거리를 뛰어다니며
하루에도 수백 리 길 걷건마는
얼굴과 체력이 매우 용맹하여
추위와 더위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네
이처럼 지내기를 이삼 년
매일 언제나 이 같을 뿐
모두들 그를 미쳤다 하지만
그는 그저 웃을 따름이라네
가을 색이 바야흐로 한창인 때
갑자기 나를 떠나
발우를 들고 법석대는 저자로 들어가니
보화(普化)스님이라야 그의 지기(知己)가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