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51
운와기담 上 51
버렸다.나는 후세 사람들이 이 편리한 방편을 밟지 않고 스스
로 시체처럼 자빠질까 두려운 마음에 이 서문을 기록하여 어록
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바이다.
소흥(1131~1162)연간에 만암 안(卍菴顔)선사가 경산사의 수좌
승으로 있다가 촉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어산에 들렀는데 때마침
회선사가 대중을 위하여 입실하는 중이었다.안선사는 곧바로 앞
으로 나아가 그와 몇 마디 주고받다 나왔는데 조금 후 회선사가
대중에게 물었다.
“방금 왔던 얼굴에 먹물 박힌 그 승려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안선사를 아는 사람이,‘그는 경산사의 안수좌인데 이미
배에 올랐다’고 하자 회선사는 시자를 보내 안선사를 맞이하여 산
사에 올라오도록 하고 총림의 예법을 구하였다.
안선사는 지난날 사나운 도적에게 잡혀 얼굴에 먹물을 찍힌 적
이 있었다.
16.참요자(參寥子)도잠(道潛)스님
전당(錢塘)의 승려 도잠(道潛)은 문충공(文忠公)소동파가 인정
하는 시객으로,소동파는 그에게 ‘참요자(參寥子)’라는 호를 지어
주고 시와 문장을 주고받았다.도잠은 문필을 할 때면 반드시 ‘참
요’라고 쓰다가 여승상(呂丞相)이 조정에 아뢰어 그에게 묘총사(妙
總師)라는 법호가 내려진 후로 편지에는 ‘묘총노사(妙總老師)’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