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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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받을 수 있겠는가?얼마 후 이 고을 주회의(周懷義)가 법당을
새로 지었고 그 이듬해 그의 뜻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주방을 새로 짓고 나서야 비바람을 근심하지 않고 많은 대중이
안주하게 되었다.
주씨는 원래 우리의 불법을 통달한 자이기에 그의 이름이 세
상에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나의 생각으로
는 부엌의 건축비용은 원근의 모든 사람이 도운 것인데 이를 기
록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선행을 가상히 여길 길이 없기에 두
가지 선행을 함께 밝혀 부엌의 벽에 새겨 놓는다.
아!지난날 선지식이라고 일컫는 스님들의 뜻을 자세히 살펴
보면 나는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낄 뿐이다.
기해(1059)9월 17일,주지 사문 수단(守端)이 쓰노라.
그러나 석각은 이미 훼손되어 선배의 모범을 다시는 찾아볼 길
이 없다.요즘 몇 개의 서까래와 기와를 세워 놓고 큰 일이나 한
양 떠벌리며 자기에게 공을 돌리고 후세 사람을 기만하는 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부끄럽다는 말을 쓸 수 있겠는가!
18.대혜(大慧)선사가 한자창(韓子蒼)의 서재에 머무를 때
대제(待制)한자창(韓子蒼)은 대혜(大慧)노스님과 교분이 두터
웠다.그가 임천(臨川)광수정사(廣壽精舍)에 잠시 붙어살 무렵 대
혜선사가 민현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들러 서재에 머물렀다.거의
반년을 계시는 동안 스님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 인사를 나눈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