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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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나한사(羅漢寺)계남(系南)선사의 수행 일생



               여산(廬山)나한사(羅漢寺)의 계남(系南)선사는 임정 장씨(臨汀
            張氏)의 아들이다.모친이 그를 가졌을 때,용맹스런 대장부가 황
            금갑옷을 입고 마당을 빙빙 돌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선지식이

            이 집에 태어나기에 그를 호위하려 왔다는 꿈을 꾸었다.그가 태
            어나자 부모가 품에 안거나 만지거나 하면 곧장 울음을 터뜨려

            어쩔 수 없이 보모에게 기르도록 하였다.10세에 김천원(金泉院)의
            승려 덕렴(德廉)에게 출가시켰는데 그는 속가의 백부이다.그 절은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그는 3년 동안 한 차례도 집

            에 가지 않았다.마침 그의 부친이 세속 음식을 덕렴스님에게 주
            면서 손짓발짓으로 공경을 표하자 계남선사는 슬퍼하며 말하였다.
               “청정한 가람을 마늘 냄새로 더럽혀서야 되겠습니까?”

               덕렴스님이 이 말을 듣고 예의 바르지 못하다고 그를 꾸짖고
            심하게 물리쳤다.때마침 일꾼이 마당가의 잣나무 가지를 치고 있
            었는데 계남선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세백게(洗栢偈)’를 지어

            그의 뜻을 나타냈다.


                 두 그루 잣나무를 계단 앞에 심었더니

                 푸른 잎 신비한 뿌리 점점 굳어져
                 만년의 높은 기상 원래 타고났으니
                 무심함은 눈서리도 어쩔 수 없네.
                 兩株寒栢種堦前 翠葉靈根漸次堅
                 自禀萬年高操在 等閒霜雪莫相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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