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63
운와기담 上 63
로 마련한 것이요 재앙이 남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지만 온
집안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을 생각하니 만리를 바라봄에 어디로
돌아가겠습니까.이미 나라를 저버린 신하가 되었으니 영원히
나라를 경륜할 재주가 사라졌습니다.
귀양살이 가는 길에 소상강을 구경하고 영산으로 길을 드니
바야흐로 번뇌에 잠긴 몸이 생각잖게 청량한 대중을 만나 비로
소 부귀란 시종 지키기 어려운 줄 알았습니다.설령 고관대작의
진수성찬이라도 한 발우의 국맛만 하겠는가만 다만 삼보에 귀명
하는 예를 갖추고자 삼가 정성을 내는 바입니다.경건히 백금을
시주하여 청정한 공양비에 충당함은 덕망높은 스님들께 공양하
고 나찬(嬾瓚)스님의 깊은 자비에 보답하고자 합니다.바라건대
이번 길에 별다른 일 없게 해주고 엎드려 원하노니 성상께서 남
녘을 보살피시어 은택을 내리사 변방에서의 귀양살이 백주에 귀
신과 함께함을 풀어 주시고 중원으로 돌아가도록 하여 주시면
황천에서 또다시 천은에 감격할 것입니다.삼가 충심을 기울여
길이 법력에 의지하고자 하나이다.”
홍거사는 “내,요사이 명신전(名臣傳)을 읽었는데 그 가운데
에서 ‘중산보의 곤룡포를 입고 부열의 국을 끓이다’라는 한 구절
만을 보았는데 오늘 그 전문을 들었다”고 하였다.그의 정성어린
기도는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