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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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천 법용(泉法湧)스님이 황룡 사심(黃龍死心)선사에게
                   입실하다



               황룡사(黃龍寺)사심(死心)선사는 촉승(蜀僧)천 법용(泉法湧)이
            입실하자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시를 읊을 줄 안다 하니,시 한 편 읊어 보아라.”
               “ 스님께서 제목을 내 주십시오.”
               이에 사심선사가 불자를 세워 보이자 천 법용이 시를 읊었다.



                 일구(一句)를 좌중에서 얻었지만
                 한 조각 마음은 하늘 밖에서 왔노라.
                 一句坐中得 片心天外來



               사심스님이 “사천 땅 버릇없는 애가 운(韻)자도 못 맞추는구나”
            하자,천 법용스님이 “엉터리 시관(試官)이 좁쌀같이 많도다”하고

            는 소매를 털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얼마 후 사심선사는 법어에서 “이 황룡장로는 번뇌에 부딪치지
            만 마음자리를 논하자면 붉은 태양이 찬란히 빛나도다”라고 하였

            는데,어느 사람이 “번뇌에 부딪친다[觸着煩惱]”는 말을 ‘머리가
            없다[無頭無腦]’라고 바꿔 썼다.사심선사가 이 말을 듣고 성을 내
            며 꾸짖으니,천 법용이 말하였다.

               “이 말이야말로 스님께 광채를 내줄 것입니다.”
               “ 사천 중은 헛다리를 내밀지 말라.”
               “ 조사의 게송에 ‘진성의 심지장에는 머리도 꼬리도 없도다[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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