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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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71
종밀선사는 노년에 복주 동선사(東禪寺)의 주지로 있었다.어느
날 선사는 편수관(編修官)정상명(鄭尙明)을 초청하여 식사를 함께
하고 손수 차를 따르며 말하였다.
“내 죽을 때가 되었으니,그대가 증명을 하여 주시오.”
그리고는 자신의 초서 천자문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 정씨가
아직 얻지 못했다고 하자 선사는 붓을 들어 천자문을 써 주었는
데,글씨가 평소보다 훨씬 뛰어났다.또한 종이를 찾아 게를 썼다.
인간 칠십 다 겪은 후
오늘에야 모든 인연 다 끝났네
허공을 때려부숨도 모두가 부질없는 일
놀라 일어나니 온몸이 큰길의 흰 소로다.
閱盡人間七十秋 萬緣今日一時休
虛空撲破渾閑事 驚起全身露地牛
이에 붓을 던지고 서거하였는데 다비를 하니 연기가 이르는 곳
마다 모두 오색 사리가 되었다.
25.무쇠 주둥이,화약사(花藥寺)영(英)선사
형주(衡州)화약사(花藥寺)의 영(英)선사는 강주(江州)호구 이씨
(湖口李氏)자손이다.처음 진정(眞淨)선사의 문하에서 수기를 받
은 뒤 운거사(雲居寺)를 찾아가니 불인(佛印)선사는 그를 수좌승으
로 명하였다.어느 날 불인선사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그에게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