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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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가 한번은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아무것도[一物]가져오지 않았을 땐 어떻습니까?”
“ 내려놓아라[放下着].”
“ 이미 아무것도 가져온 게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란 말입니
까?”
“ 내려놓지 못하겠거든 짊어지고 가거라.”
황룡 남(黃龍慧南)선사가 송을 지어 이 뜻을 밝혔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깨 위 짐을 들지 못하네
말끝에 갑자기 잘못을 알아
마음속에 한없는 기쁨이로세
악독이 이미 마음에 사라지니
뱀과 범이 벗이 되고
수백 년 세월이 흘러갔지만
맑은 바람은 아직도 그치지 않네.
一物不將來 肩頭擔不起
言下忽知非 心中無限喜
毒惡旣忘懷 蛇虎爲知己
光陰幾百年 淸風猶未已
당(唐)천우(天祐:904~907)연간에 강서(江西)제치 유공(制置
劉公)이 그의 고을 서쪽에 신흥원(新興院)을 새로 지은 뒤 존자를
맞이하여 주석케 하였는데,한 스님이 존자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