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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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83
가 차가운 세모에 여러 벗들과 화로를 둘러싸고 앉았는데 때마침
손감사가 이 한 마리를 잡아 화롯불 위에 태우며 장난을 하니,이
를 비웃는 사람이 있었다.
“단사자(端獅子)스님은 새벽을 알리는 닭을 위해서도 글을 지
어 제사를 지냈는데,사형은 이를 태워 죽여 놓고 어찌 법문으로
제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손감사가 입을 벌리자 곧 송이 이뤄졌다.
이여!나의 말을 귀담아듣고
앞으로 잘 기억하기 바라노라
네가 이의 몸으로 떨어짐은
고기와 핏덩이를 탐했던 까닭이라
천당에 가서 태어나지 못하고
내 속옷에 와서 살면서
새끼를 기르니 그 이름은 ‘서캐’라
그 서캐 무수하구나
나의 몸 또한 견고하지 못하니
너 어찌 영원히 견고하랴
알지어다!몽환 같은 이 내 몸은
번갯불 같고 아침 이슬 같음을
내 이제 방편을 열어
너에게 몸 바꿀 곳을 가르쳐 주노니
이 화로에서
결코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