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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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하루저녁에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이에 온선사가 사찰 중
            수를 주관하게 되자 고산 노선사는 세 수의 게를 지어 그를 고무

            하였다.


                 늙은 나는 고산사의 북을 두들기지 않고
                 안탕산으로 돌아와 늙은 몸 쉬려 하는데
                 높은 불전 큰 누각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개울가에 두서너 채 초가집만 남았구나.
                 老禪不打鼓山鼓 投老來歸鴈蕩山
                 傑閣隆樓渾不見 谿邊茅屋兩三間



                 온선사는 적삼 한 벌로 지내지만
                 무쇠같이 딱딱한 입으로 제방을 설득했네
                 기꺼이 나를 위해 발우 들고 떠나가니
                 진실로 사향노루 있는 곳에는 향기 나도다.
                 溫禪單打布衫過 口硬如鐵說諸方
                 肯爲老禪持鉢去 信之有麝自然香



                 칠백 칸 집들을 언제나 다 지으며
                 십만 관의 금전을 어느 제 모아 올까
                 허리띠 매고 학을 탄 사람

                 도인이라야 바야흐로 눈앞의 기연을 깨달으리.
                 七百間屋幾時了 十萬貫錢何日歸
                 除是腰纏更騎鶴 道人方了目前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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