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89

운와기담 上 89


               온선사가 호구사에 도착하니 승당 앞에 백금 수백 덩이가 버려
            져 있었다.그래서 승복으로 머리를 덮어쓰고 앉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를 엿보고 있으려니,과연 허둥지둥 찾아오는 이가
            있었다.까닭을 물으니,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오로지 슬픈 얼굴
            만을 지을 뿐이었다.이에 온선사가 그에게 서서히 말하였다.

               “이 못난 놈아!만일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면 절에 가서 성명
            과 물건을 기록하고 찾아가도록 해야지.”
               “ 스님의 말씀대로만 된다면 그 돈의 삼 분의 일을 모연에 돕겠

            습니다.”
               “ 부처님 말씀에,걸식은 나의 오만한 마음을 꺾고 다른 이에게
            불법 인연을 맺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어떻게 그 돈

            을 쓸 수 있겠나.”
               온선사는 원래 곤궁하여 적삼 한 벌로 지내는 터였지만 구차스

            럽게 시주를 받지 않았고 나아가 옛 가르침을 인용하여 거절하였
            으니 근본을 아는 스님이라 할 만하다.




               35.상서 막장(莫將)이 남당 원정(南堂元靜)선사를 뵙다



               상서(尙書)막장(莫將)은 자가 소허(少虛)이며,집안 대대로 예장

            (豫章)의 분령(分寧)땅에서 살아왔다.서촉에서 남당 정(南堂元靜)
            선사를 찾아뵙고 심요(心要)결택하는 법을 물으니 정선사는 그에
            게 한곳에만 집중하도록 하였다.마침 변소를 갔는데 갑자기 풍겨

            오는 악취에 손으로 코를 감싸쥐다가 드디어 깨친 바 있어 정선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