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91
운와기담 上 91
가 전주(全州)를 지나는 길에 묘응스님을 만나 한 이불 속에서 밤
을 지새며 이야기하였습니다.그의 말에 의하면,저는 죽을 날이
멀었다고 하니 그 말이 믿을 만한 것인지는 앞으로 알 수 있을 것
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손상서는 그의 말대로 거의 백 살까지 살
았다.스님은 비록 이 방면에 남다른 능력이 있기는 하나 독실히
두타행을 하였다.장위공(張魏公)과는 더욱 절친한 벗으로서 우연
히 스님의 초상화에 제(題)를 썼다.
평탄한 마음자리엔 원래 아무것도 없고
말쑥한 용모는 속진을 벗어나
날마다 관음보살 염불하고 일장(一藏)을 주문하니
그의 수행,미혹중생을 건진다 해도 무방하겠네.
坦然心地元無物 蕭灑容儀自出塵
日誦觀音呪一藏 不妨功行拯迷津
윤주(潤州)초산사(焦山寺)에 주지 자리가 비자 스님을 초청하
여 동도(東道:동부지방)의 종주로 삼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백화
는 ‘나는 참선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감히 그러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극구 사양하니 이 말을 들은 사람은 훌륭하다 하였
다.또 참정(參政)이태발(李泰發)이 그에게 시를 보냈다.
요컨대 눈과 귀가 참된 사다리임을 아노니
불룩 튀어나온 이마 장수할 골격일세
늙어갈수록 매령에 소식 전하지 않으나
살기는 조주선사만큼 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