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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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11
으로 좌우명을 삼으려 한다니,무슨 잠꼬대인가.무엇 때문에 굳
이 부처님의 게송이 필요한가.
9.백암 응(栢巖凝)선사의 대중법문
경원부(慶元府)소영은사(小靈隱寺)의 백암 응(栢巖凝)선사는 성
품이 강직하여 사람들과 사귀지 않았으며 식암(息庵達觀)스님의
법제자이다.금문사(金文寺)에 주지할 때,하루는 핵심이 되는 법
문[提綱]을 설하였다.
“온 누리가 머무를 곳이니 억지로 자리잡을 것 없고,온 누리
가 자기 자신이니 굳이 그림자를 쫓을 필요가 없다.동쪽에 살면
동쪽 노스님이라 부르고 서쪽에 살면 서쪽 노스님이라 부를 뿐이
거늘,엎치락뒤치락 이랬다 저랬다 한 달 내내 어지간히 못난 짓
을 하는구나.그렇지만 그대들이 나를 만나 보려 한다면 나는 한
참 저쪽에 있겠지만 그대들이 나를 만나 보려 하지 않는다면 오
히려 그대들 눈썹 위에 내가 있을 것이다.이와 같이 머무르고 이
와 같이 말하니 하나의 혓바닥이 두 동강이 났구나.말해 보아라.
무엇이 혓바닥이냐?”
좌우 대중을 돌아보고 설법을 마쳤다.
그는 걸음새가 민첩하여 마치 거침없이 달리는 천리마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