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114
114
12.도반의 마음씨/
소암 요오(笑庵了悟)선사와 송원 무용(松源無用)선사
소암 오(笑庵了悟)스님은 주(周)씨다.소주(蘇州)상숙사(常熟寺)
에 살며 오랫동안 재 무등(才無等)스님을 시봉한 후 다시 송원(松
源)스님과 함께 밀암(密庵)스님의 문을 두드리니,밀암스님이 물었
다.
“네 평소의 견처(見處)를 내게 말해 보아라.네 경지에 따라 틔
워 주겠다.”
“ 아직은 없습니다.”
“ 참당이나 하여라.”
소암스님은 그 후 승당에서 등잔의 불똥 없애는 것을 보고 깨
달았다.방장실로 들어가 거리낌없이 자유분방한 기봉을 썼다.그
리고는 찾아가기만 하면 몽둥이질을 하는 덕산(德山)스님의 인연
에 대하여 게송을 하였다.
산악을 뒤엎고 폭포수를 흔들며 찾아온 저 길손
작은 악마 탈을 쓴 채 부질없이 시기하네
신기한 말로 삼천대천세계를 한번에 뛰어넘으니
괜스레 문 앞의 하마대(下馬臺:말 내리는 곳)를 말하네.
倒嶽傾湫與麽來 小根魔子謾疑猜
神駒一躍三千界 空說門前下馬臺
밀암스님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