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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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19
只收松栗當齋粮 靜聽嶺猿啼古樹
그 후 복당(福當)대목선원(大目禪苑:天目선원)의 주지로 있으
면서 주문공(朱文公)회암(晦庵:주희)에게 유학을 가르쳤다.주자
는 신기질(辛棄疾)과 동문이었으므로 그 인연 때문에 신기질이 황
벽사(黃檗寺)로 스님을 맞이하였다.그러나 스님이 절에 들어가자
“그의 짐짝이 수십 개나 된다”고 훼담하는 자가 있었다.신기질은
그 말을 전해 듣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했다.
그 후 도운(都運)황회(黃瓌)의 집을 방문하는 길에 그와 함께
황벽사를 방문하여 스님에게 물었다.
“도가 높은 사람은 옷 세 벌 이외에 자질구레한 물건이 필요치
않는 법인데 더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은 도인에게 누가 되는 일
이 아닙니까?”
그러나 스님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들과 함
께 제방 노스님들의 서신과 필첩 등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이어
장롱이며 광주리 속을 열어제쳐 보여주니,모두가 덕망 높은 옛사
람들의 필적과 주자가 보내온 서간들이었다.신기질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빛이 가득하였다.
17.한재 임공우(林公遇)/벼슬에 뜻 없이 불법에 심취하다
높은 선비 한재 임공우(寒齋 林公遇)의 자는 양정(養正)이다.벼
슬을 버리고 정치할 뜻 없이 오직 불법을 지고 가는 산중 스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