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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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25


               고선스님은 목청을 돋아 꾸짖었다.
               “그대가 그렇게 묻는 것은 바른 눈을 잃어버린 격이오.그렇다

            면 조사들의 가르침에 주석을 붙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좌우 사람들은 모두 놀랐으나 사위왕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위왕은 스님을 찾아와 법을 논할 적이면 으레

            밤이 깊어서야 헤어지곤 하였다.그러나 그 당시 이야기를 기록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선스님은 항상 그의 문하에 머무르려는 제자를 보면 먼저 흰

            옷깃을 떼어내고 넓은 소맷자락을 잘라낸 후에야 그를 만나 주었
            다.




               21.무제(無際)선사의 개당법회에서/오봉 정(鼇峰定)선사



               오봉 정(鼇峰定)선사는 복주 장계(長溪)사람이다.일찍이 비릉

            (毘陵)시사암(時思庵)을 지나는 길에 무제 요파(無際了派)스님에게
            귀의하였는데 때마침 개당법문에서,“석가와 미륵이 다 그의 노예
            라 하는데 그 사람이란 누구인가?”라고 물으니,오봉스님이 말하

            였다.“모르겠습니다.”무제스님은 같은 말을 반복하였으나,또다
            시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니,무제스님은 그의 멱살을 움켜쥐면서

            꾸짖었다.
               “첫 번째도 모른다,두 번째도 모른다 하는구나.”
               오봉스님은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

               “진흙덩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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