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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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陳貴誼)가 무강(武康)용산(龍山)에 쌍삼암(雙杉庵)을 마련하여 스
            님을 모셨다.

               국사 진귀겸이  종경록(宗鏡錄)을 간행한 데 대한 스님의 답
            서는 다음과 같다.


                 “그대를 찾아가 안부를 물으려 하던 차에 아름다운 글을 받고

               서 그대가 종경삼매에 들어 논변의 재능과 대기대용(大機大用)
               을 자유자재하게 구사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그 책에 기록된
               몇 장의 글을 살펴보니 모두가 구슬을 꿰어놓은 듯하여 참으로
               우유를 가릴 줄 아는 거위왕의 안목을 깊이 감탄할 뿐입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일이라면 나날이 새로 깨우침에 따라 지난날에
               익혔던 바를 버림으로써 선택 취사하는 데 기준이 없을까 하는
               점입니다.주워들은 식견만을 틔워서 성현의 경지를 알려고 든
               다면 지혜의 힘은 지닐 여지가 없습니다.이것을 도에 이르는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여 구한다면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 만족
               할 수 있는 오묘한 경지로 들어가 시대와 중생을 끝없이 제도할

               것입니다.그러한 까닭에 불교 잘 하는 것이 참다운 유도(儒道)
               를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편협스러운 견문에 얽매이거나 파벌을 주장하는 사
               람이 있어 마음속으로는 긍정하면서도 입으로는 비난하기도 하

               며,자세한 내용은 알지도 못하고서 남을 바보 취급하려 들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음을 알지 못하니,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라 하겠습니다.이로써 보건대,위는 모두 알음알
               이 때문일 것입니다.선방의 화두[三轉語]는 선승들의 평생공부
               이니만큼 선비들의 과거공부와도 같아서,밤낮을 가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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