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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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감스님은 이 말을 듣고 가슴속이 활짝 열렸다.
26.동짓날 소참법문/정산 밀(井山密)선사
정산 밀(井山密)선사가 동짓날을 맞이하여 소참(小參)법문을 하
였다.
“바른 법이 시행되니 시방세계가 하나의 쇳덩이가 되었고 오묘
한 지도리[樞]가 대지를 누르니 사람의 발자취가 끊겼다.이는 참
선도 아니고 도도 아니다.마갈타국(摩竭陀國)에서 부처님의 3․7
일(21일 간)은 철벽과 철벽이었으며 소림산(少林山)에서 달마스님
이 9년 동안 싸늘히 앉아 있었던 것은 항상 바리때를 씻고 또 씻
는 일이었다.그 밖의 임제․덕산스님도 모두가 봉사 코끼리 만지
듯 했으니 하늘 끝까지 그렇게 거친 잡초뿐이다.불자(拂子)를 수
그려 시절 인연에 따르고 불자를 굽혀 방편을 열어 주노라.”
말을 마치고서 불자로 한 획을 그리면서 “한 획을 그으면 양
(陽)이 된다”하고 또 한 획을 그어 놓고서 말하였다.
“또 한 획을 그리면 음(陰)이 된다.음과 양이 서로 감응하여
일 년의 농사가 이뤄지는 법이다.그러나 천지가 딱 붙어 버린다
면 해와 달과 별들이 일시에 깜깜해질 것이다.말해 보아라.이것
이 양이냐,아니면 음이냐?”
그리고는 불자를 내던지며 말하였다.
“돌 죽순에 가지가 돋아나거든 그대들에게 말해 주리라.”
정산스님은 고선(枯禪)스님의 속가 조카뻘이며 불법문중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