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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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35


               “어떤 것이 동참하는 일이오?”
               “ 그대 양기는 얼룩소를 끌고 나 구봉은 쟁기를 끕니다.”

               “ 그럴 때 내가 앞이요,그대가 앞이오?”
               구봉스님이 잠시 머뭇거리자 양기스님이 말하였다.
               “동참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잖아!”

               이 말을 마치고 이어 게송을 붙였다.


                 양기의 왼쪽 눈은 반 근이요
                 구봉의 오른 눈은 여덟 냥이니

                 한 쌍의 구멍 없는 쇠망치를
                 여태껏 줍지 못하였네.
                 楊岐左眼半斤 九峰右眼八兩
                 一對無孔鐵鎚 至今收拾不上



               이 시로 인하여 총림에서는 모두 그를 ‘대범(大範)’이라 불렀으
            니,아마도 이는 무준(無準師範)스님과 같은 시대에 도를 행한 까
            닭인 것 같다.

               무상스님은 설두사에 주지해 달라는 청을 받고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입적하셨다.
               이보다 앞서 소정(紹定)신묘년(1231)새해 아침에 상당설법을

            하였다.



                 봄이 드니 온갖 것이 모두 다 새로워라
                 그리려 해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하릴없이 묘고봉을 한 바퀴 거닐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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