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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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한가위에 도반에게 보낸 게송/단봉 원(短蓬遠)



               단봉 원(短蓬遠)선사는 평생 동안 잠자리를 펴지 않고 밤낮으
            로 고목처럼 앉아 정진하였으므로 ‘원 쇠말뚝[遠鐵橛]’이라는 이름
            을 얻었다.여항(餘杭)영수사(永壽寺)에서 법을 폈으며 명극(明極

            慧祚)스님의 법제자가 되었다.어느 추석날 도반스님에게 게송을
            보냈다.



                 한 점 외로운 빛은 허공에 사무치나
                 그 자체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어디든지 가는구나
                 삼라만상 머금은 빛이요 조개 속의 진주라
                 천 강에 그림자 드리우니 당나귀는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마조스님 달구경할 때 향배(向背)를 잃었고*
                                                        1 6)
                 장사스님 활용처는 이름과 자취가 끊겼으니*
                                                         17)
                 납승은 당장에 표방하는 뜻을 모두 잃고
                 일곱을 토하고 셋을 삼키나 모두 스스로 여여하구나.

                 一點孤明徹太虛 體無盈缺任方隅


            *마조스님이 달구경하다가 제자들에게 물었다.“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
              고.지장(智藏)스님은 공양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고,회해(懷海)스님은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는데,보원(普願)스님은 소매를 흔들며 가버렸다.이에 마조스님
              이 말하였다.“경(經)은 장(藏)으로 들어가고 선(禪)은 해(海)로 돌아갔는데 보원만
              이 사물 밖으로 뛰어났구나.”
            *장사스님이 하루 저녁에 앙산스님과 달구경을 하는데,앙산스님이 “사람마다 모
              두가 이런 일이 있건만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하니 장사스님이 “그대 마음대로
              활용해 보시오”하였다.앙산스님이 “스님은 어찌 활용하시겠소?”하고 물으니
              장사스님이 앙산스님을 얼른 걷어차서 넘어뜨렸다.앙산스님은 “스님은 당장에
              호랑이가 되었군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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