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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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47
박과 바꾸는 일과 같아서 그대들의 업식(業識)을 도야(陶冶)하는
데에는 실제 아무런 의의가 없는 것이며,국가에서 부득이한 경우
에 병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예입니다.
그러나 요즘 학인들은 도리어 화두를 천착해서 심지어는 낱낱
이 해설하는 것을 자기 일로 삼으니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능도
자(稜道者)는 20년 간 일곱 개의 좌복이 닳아지도록 좌선하는 동
안에 다만 ‘당나귀 일이 끝나기도 전에 말 일이 닥쳐온다’라는 화
두 하나만을 생각하였습니다.그러던 중 발을 걷어올리는 순간 크
게 깨달았으니,이른바 8만 4천 개의 자물쇠를 다만 하나의 열쇠
로 열어 젖힌 것입니다.어찌 많은 말이 필요하겠습니까.그대가
보낸 서신에 의하면,‘부처님의 말을 외우고 부처님의 마음을 지
니고 부처님의 행실을 행하라.그렇게 오래오래 하다 보면 반드시
얻은 곳이 있으리라’고 하니,이와 같이 행한다면 진실로 일세의
어진 인물이 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그러나 선문의 이 하나[一
着]는,거기에다 자기 본바탕을 철저히 보아야만이 비로소 이 일
을 마쳤다 할 수 있습니다.아무리 사람마다 원래 이를 지니고 있
다 하지만 객진(客塵)망상에 뒤덮여 있으므로 만일 야무진 단련
이 없다면 끝내 깨끗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원각경(圓覺經) 에
이르기를 ‘비유하건대 금광석을 녹이는 일과 같다.금이란 광석을
녹이지 않는다 해도 그 속에 원래 있는 것이다.그렇지만 비록 원
래의 금이라도 결국 광석을 녹여야만이 순금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이는 위에서 말한 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보내 주신 서신에서 또한 ‘만일 도가 언어문자에 있는 게 아니
라면 여러 불조들은 무슨 까닭에 그 많은 경론을 이 세상에 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