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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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49


               잠시 일상생활에서 증험해 봅시다.비록 큰 죄악과 허물이 없
            다 하더라도 모든 선악 순역(順逆)의 경계에서 과연 관조하여 경

            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지,밤의 잠자리에서 잠들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한결같은지,공포에 전도되는 일은 없는지,병들
            었을 때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만일 목전에 어떠

            한 경계가 있다면 잠들었을 때 전도를 면하지 못할 것이며,자면
            서 전도가 있다면 병을 앓을 때는 반드시 주인공이 되지 못할 것
            이며,병이 들어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면 언덕에서 결코 자유자

            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른바 물을 마셔 보아야 찬지 따뜻한지
            를 스스로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대제 사인(待制舍人)께서는 공
            명이 높을 때에도 청정 수행으로 욕심이 적어 불도에 정신을 쏟

            으셨으니 불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라 하겠습니다.옛사람의 말에
            의하면 ‘이는 대장부의 일이지 장군이나 재상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하였고,또한 ‘곧장 높고 높다란 봉우리 위에 올라서고 깊
            고 깊은 바다 밑을 걸으려 하는가.더욱더 깊고 먼 경지에 이르려
            하는가.한번에 의심할 것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습

            니다.
               보내 주신 서신에서 ‘착수할 곳이 없다’하셨는데,‘착수할 곳

            없는’그곳이 바로 힘을 얻은 경지[得力處]입니다.그리고 지난번
            서신에서 ‘고요한 곳과 시끄러운 곳에 모두 한쪽 눈을 두어라.이
            것이 무슨 도리인가’하셨는데,오랫동안 익어지면 자연히 고요함

            과 시끄러움의 구별은 스스로 없어집니다.때로 마음이 어지럽고
            온갖 망념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쉬지 않지만 하나의 공안
            을 들고서 그것과 끝을 본다면 기멸하던 망념은 자연히 문득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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