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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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179
“큰 지혜는 밝아서 시방세계를 녹인다.성색을 초월하고 고금
을 뛰어넘으니 침묵으로도 알 수 없고 말로써도 이 경지에 나아
갈 수 없다.그런 까닭에 대각세존(大覺世尊)께서는 마갈제국에서
21일 간 입을 열지 않다가 네 곳에서 힘을 다해 설법하시되,‘이
법은 사량분별로 알 수 없는 것이다’하고 또 말씀하셨다.‘이 법
은 말이나 글로써 보일 수 없으니 그 상(相)이 적멸하기 때문이다’
라고.이렇게 들어 보여줌은 비유하자면 절벽에서 돌이 떨어지는
것과 같으므로 보는 사람은 다른 곳에 눈을 팔 수가 없는 것이다.
반드시 한 생각에 잘못을 알아서 앞뒤가 딱 끊겨 전체를 짊어지
고 가는 것이 참다운 정진이며,참 법으로 여래께 공양하는 것이
다.한 차례 영산회상의 모임이 엄연히 흩어지지 않으니 이와 같
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한 생각 한 생각을 보살펴야 한다.또
어찌하여 90일 동안에 오랏줄 없이 스스로를 묶어 두려 하는가?
그렇지만 납의를 머리에 뒤집어쓰면 모든 것이 그만이니 이럴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의 법어는 대개 이와 같았다.
치절(癡絶)스님이 장산(蔣山)에 있으면서 그의 어록에 머릿글을
썼다.
“대수(大隨)화상의 말에 의하면 그가 70여 명의 선지식을 만나
보았으나,그 중에 큰 안목을 지닌 분은 한두 사람에 불과하였고
그 밖의 사람은 바른 지견(知見)을 갖추었다고 하였다.내가 30여
년 전 총림에서 회암(晦嵓)스님과 함께 행각할 때는 큰 안목을 지
닌 분은 송원(松源)노스님 한 사람뿐이었다.경인(庚寅)년 8월,그
의 문도 보일(寶日)스님이 동림사(東林寺)에서 주지하며 스승의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