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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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하여 겨울에 준공하였다.이에 요공스님이 좋은 날을 가려 대
중을 거느리고 들어가 사니 그 날이 바로 가정(嘉定)6년(1213)12
월 19일이다.비구 태초(太初)는 이를 기록하는 바이다.”
이 글은 겨우 아흔두 글자이다.그 당시 서산 진공(西山 眞公:
眞德秀)이 이 고을을 다스렸는데,이 승당기 를 보고 기뻐하여
후일 호남성에 있을 때 스님에게 서신을 보내 초청하니 스님은
대위사에서 20년을 주지하다가 입적하였다.
11.소암 울(嘯巖蔚)선사의 섣달 그믐 대중법문
소암 울(嘯巖蔚)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1년 360에서 오늘 아침은 마치 새 친구를 사귀는 날과 같구
나.말해 보아라.하늘에서 내려 준 옷 한 벌을 가지고 어떻게 사
람들과 제야(除夜)를 보낼꼬?”
주장자를 뽑아 들고 말하였다.
“하지 않는다면 모르되 했다 하면 쉬지 말아야 한다.돌호랑이
를 삶고 진흙소의 껍질을 벗겨 이처럼 수북히 소반 위에 담아내
왔구나.”
주장자로 탁자를 치며 말하였다.
“삼덕육미(三德六味)를 부처님과 스님에게 시주하니,법계 중생
모두가 함께 공양하는구나.삼덕육미가 어금니에 달라붙고 이 사
이에 끼여 있는 자들은 아마 우리의 가풍이 냉담하다고 비웃을지
도 모르지만 한번 뼈다귀를 깨물어 보면 자연히 즐겨 시름을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