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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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넘어 눈이 어두운데도 밤낮으로 마른나무처럼 꼿꼿이 앉아 좌
선하였다.임종 때는 나물밥을 차려 놓고 백여 명을 불러모아 결
별을 하고 함께 산봉우리에 올라가 손을 뻗어 길게 예의를 표한
후 탑 속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게송으로 설법하였다.
이 놈은 무지한 터라
옳다 그르다 하나
주먹을 바로 세우면
부처님도 엿보기 어렵지.
這漢無知 說是說非
拳頭竪起 佛也難窺
그의 몸에서 스스로 불이 일어나 자신을 불사르자,이마와 두
팔꿈치,두 무릎,이 다섯 곳에서 불꽃이 치솟아 삼매의 불빛이
오색찬란하게 빛났으며 단단한 사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왔다.이 이야기는 그 절 주지가 자세히 말해 준 것이다.
아!청정한 마음은 항상 불꽃처럼 찬란히 타올라 부서지지도
뒤섞이지도 않고 두루 법계에 충만한 까닭에 스님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이러한 남다른 유희를 보였으니 이는 평소 수행의 뚜
렷한 증험이 아니겠는가?뿐만 아니라 아마도 제다가(提多迦)와
파수밀(婆須蜜)의 현신이 나타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