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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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강원에서 공부하다가 행각을 떠남/엄실 개(掩室開)선사
진강부(鎭江府)금산사(金山寺)의 엄실 개(掩室開)선사는 성도
(成都)사람이다.여러 강원을 두루 다녔으나 홀연히 싫증을 느낀
나머지 대사를 이루고자 영남으로 나가려 하니 추사 안공(樞使 安
公)또한 그를 격려하여 게송을 지어 주었다.
나에게 큰 우환이 있음은 나의 몸이 있기 때문
이 몸은 참 아닌 거짓 집합체
유마거사의 병은 원래 병이 아니니
남쪽으로 발걸음 옮기며 나루터나 물으시오.
吾有大患爲有身 是身假合亦非眞
維摩示病元非病 好向南方更問津
임실스님이 번양(番陽)동호사(東湖寺)에 도착하자 때마침 송원
스님이 개실(開室)하던 참이었다.송원스님이 ‘눈밝은 납승이 무슨
까닭에 콧구멍을 잃었는가?’라는 화두를 거론한 것을 듣고 엄실스
님은 말끝에 그 뜻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함께 경학하던 도반이 스님의 경전을 읽는 모습을 보
고 물었다.
“후일 자리를 얻어 법의를 걸친다면 어떻게 학인을 가르치겠
소?”
스님이 읽던 경전을 건네주니 그는 경전을 책상 위에 팽개쳐
버렸다.스님이 또다시 책을 집어들고 낭랑한 소리로 경을 읽으니